국악미사에 어울리는 오르간 타종 연주곡-부활성야
이번 부활절에는 강수근 신부님의 국악미사를 하게 되었다. 부활시기에는 성목요일과 부활성야에 오르간이 종과 함께 30초에서 1분가량 연주를 한다. 그리고 이 두 시기 사이에는 종과 오르간이 원칙적으로는 연주하지 않는다. 하지만 2002년에 반포된 로마미사경본에서는 성가를 도와줄 목적이라면 반주를 허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어쨌든 그 근본 의미는 예수님께서 성목요일에 돌아가심과 함께 쇳소리를 내는 화려한 악기인 종과 오르간도 침묵함으로써 주님의 수난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성상들을 천으로 씌워 눈의 단식을 행하듯이 귀도즐거움도 내려놓고 단식을 행하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부활 때에 다시 연주를 시작하여 주님과 함께 부활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 때 종과 함께 하는 연주곡은 멋지고 화려하기 보다는 요란하고 큰 소리를 내는 것에 중점을 둔다. 마치 깨어나는 것 처럼 말이다.
타종 시 연주할 수 있는 오르간 곡은 작곡되어 있는 곡들이 많지는 않다. 그냥 다른 긴 곡에서 발췌하거나 편곡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악미사에 어울릴 만한 연주곡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편 오르간 즉흥연주가 우리나라보다는 더 활성화 되어있는 외국에서는 타종 시 이어지는 대영광송 선율을 차용하여 오르가니스트가 즉흥 연주를 하기도 한다. 하여 이번에는 어울릴 만한 곡으로 부족하지만 작곡을 해보기로 했다.
다른 곡도 아닌 국악스타일의 오르간 즉흥곡을 작곡한다는 것이 난감했지만 우선 여러 국악 연주들을 보면서 국악의 특징들을 파악해 보았다. 국악 또한 민속 음악이기에 리듬적인 요소가 특징이었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많은 민족이기도 하지만 흥의 민족 아닌가. 신명 나는 소리는 우리 민족의 혼을 담아낸다. 하나 눈에 띄었던 것은 국악 연주자들의 태도와 표정이었다. 흥에 겨워도 외국 사람들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보다 끝에 가서 속으로 머금고 절제된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같은 한국 사람 이더라도 서양 클래식 연주자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런 ‘절제의 미’도 우리 음악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위와 같은 대략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즉흥적 스타일의 오르간 작곡을 해보았다. 타종 연주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passage들을 처음과 중간에 넣고 강수근 신부님의 첫번째 국악미사곡 대영광송에서 차용한 리듬과 멜로디를 발전시켜 보았다. 중간에 부활절에 어울리는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 중 하나인 베토벤의 합창 선율도 리듬을 변형하여 넣었다. 원래는 알아챌 수 있도록 원형 그대로 넣었으나 흐름 상 어색하여 같은 리듬의 틀 안에 맞추었다. 발페달은 현란한 손 때문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또한 ‘요란하고 큰 소리’ 라는 취지에 맞는 full sound에 도움을 주고자 왼손을 doubling 하였다.
이 곡에서는 대영광송에서 사제 선창 후 성가대가 c minor에 G음으로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오르간 타종곡은 성가대의 시작음의 화성으로 끝내지만 왠지 단조로 끝내는 것이 부활절의 기쁨을 표현하기에 뭔가 안 맞는 느낌이 들어서 C major를 썼다. 하지만 오른손 멜로디는 같은G음으로 끝냈다. 약간 빠르게 했을 때 30초내에 끝낼 수 있고 여유 있게 한다면 40초는 넘을 듯 하다.
악보는 아래에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