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rch Music

오르간 후주 선곡은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까?

오르간곡 후주 선곡에 있어서 반주자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내가 성당에서 교중미사 반주자로서 오르간 및 피아노를 치면서 고민이 되는 것 중의 하나는 오르간 전주, 후주, 묵상 곡 등의 레파토리를 고르는 일이다. 물론 성당마다 상황은 다르니 위 곡들을 다 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아예 연주하지 않거나 선택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성가대 연습이 미사 10분 전에 끝나기에 전주를 할 시간이 없다. 그리고 묵상 곡도 성가대 특송이 항상 있기에 거의 하지 못한다. 애매하게 시간이 남았을 때는 성가 중에 일부분을 발췌하여 치는 정도이다.

그렇다면 후주가 남아있는데 이 하나를 치는데도 선곡의 어려움이 있다. 지금은 매주 마지막 퇴장 송을 오르간 세팅만 바꾸어서 다른 스타일로 친다. 다른 큰 성당의 교중반주자의 경우는 매번 하지 않고 한 달에 한두 번 오르간 작품으로 연주한다고 한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후주를 준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며 썩 내키지 않게 되었다. 사실 작품을 한달에 한두번씩 준비하는 것은 은근히 부담되는 일이다. 연습 시간을 또 내야 하고 짧은 시간 안에 완성할 수 있을 만큼 쉽지만 인상을 남길 만한 작품성 있는 곡을 찾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여러 가지로 나의 발목을 잡는 심리적 문제들이 고개를 든다. 누군가 이야기했다. 그냥 퇴장송 한 번 더 치면 되지 왜 굳이 오르간곡을 치려고 하냐는 것이다. 나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차가운 시선을 느꼈다. 교회 역사를 보면 악기 연주자가 자신의 음악적인 기량을 뽐내는 것을 경계하였다. 내가 연주하는 곳은 음악회가 아닌 예배이다. 따라서 연주자가 조명과 관심을 받는 곳이 아닌 예배를 위한 조력자의 역할이다. 더군다나 외국에선 오르가니스트가 교회 음악 감독이기도 하다.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망각한 듯한 연주자의 자기 과시로 보이는 태도는 아무리 좋은 곡을 훌륭히 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이다.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미사를 보러 온 사람들이 나설 때 기분 좋게 나갈 수 있는 연주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음악적으로 훌륭한 곡을 잘 치는 것보다 어떤 곡을 시기적절하게 선곡하여 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소박한 연주를 해야 할 수도 있다. 파견 성가를 다시 한번 짧게 친다거나 말이다. 적어도 ‘저 오르가니스트가 자기 자랑하려고 저런 연주 하나, 불쾌하고 가소롭네. 미사가 자기를 위해 존재하는 줄 아나 식의 반응이 올지도 모른다면 말이다. 아니면 제대로 완성도 못 한 곡을 괜히 자기만족을 위해 친다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교회에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그들은 원하는 바도 느끼는 바도 모두 다 다르다. 그래서 내가 치는 곡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으로 다가갈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왜 저리 성의 없이 퇴장송만 반복하나 생각할 수도 있다. 나에게 조언을 해 준 다른 오르가니스트는 성가를 그대로 다시 한 번 후주로 치는 것은 좀 아니라고 했다. 성의 없어보이고 적어도 교중미사 반주자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는 의미 같았다. 그래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주관을 가지고 작품을 연주하기로 했다 치자. 그렇다 해도 여전히 선곡의 어려움이 남는다. 그것은 순수 오르간곡을 쳐야 할지, 성가 편곡을 쳐야 할지에 대한 것이다. 오르간 곡 중 고르기가 힘들다면 성가 편곡을 선곡하는 것이 나을 수 있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 출판사에서 나온 좋은 성가 편곡들은 개신교 곡들이 더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 개신교에서는 유명해도 성당에서는 생소한 곡을 써도 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다. 그 기준은 역시 교회 절기와 신부님, 교우들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될 것 같다.

또 다른 접근은 즉흥연주이다. 말이 즉흥연주이지 사실상 작곡하는 것을 말한다. 파견 성가를 다시 치느니 편곡하여 멋들어진 곡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이 또한 참으로 기술이 필요하다. 물론 음악성도 필요하고 시간과 노력도 필요하다.

이제는 연주 시간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다. 후주의 적절한 연주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이것도 사람마다 성당마다 다를 수 있다. 후주곡으로 나온 곡들 보면 어떤 것은 5분도 넘게 길기도 하고 어떤 곡은 2~3분 안에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성가를 다시 1절만 친다면 1분 만에 끝날 것이다. 내가 반주하는 성당은 모임공지를 후주를 친 다음에 하므로 짧게 해야 한다. 그리고 미사 후 모임이 있다면 당연히 오르간 연주도 너무 길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적절한 후주 시간은 나에게 2분을 넘기는 정도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절기에 맞고,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으며 그 누구의 마음도 거슬리지 않을 만한 레파토리를 선정하여 2분 내외로 연주하려면 딱 맞는 곡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이 느껴진다. 어쩌면 나만 이렇게 생각이 복잡한 것이지 다른 반주자들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개의치 않고 그냥 할 것 같다. 여기에서 내가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은 시간일 것이다. 다른 것은 다 대충 맞는데 시간이 너무 길거나 짧다면 결국 편집이 필요하게 된다. 물론 발 페달 연습이 부족하거나 곡이 어렵다면 편곡까지도 하게 된다.

위와 같은 기준에서 보편적으로 쓰일 수 있는 후주 몇 곡을 추천해 보았다. 후주에 맞는 활기찬 분위기의 곡들이며 난이도는 중급 이하로 선곡하였다. 악보는 링크를 통해 구매할 수 있고 디지털 다운로드하여 바로 쓸 수 있다.

1. Jubilation! Eight Festive Postludes for Organ Digital Sheet Music By Jason D. Payne

여기에는 총 8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첫번째 곡 Jubilation 이 추천할 만 하고 다른 곡들도 후주용으로 작곡되어 있어 활용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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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July Celebration! organ work, by Phil Lehenbauer

이 곡은 Wedding을 위해 쓰여졌지만 그렇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상쾌한 발걸음을 느끼게 한다.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도 기분 좋게 사람들을 나가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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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Joyful Recessional, organ work by Phil Lehenbauer

같은 작곡가의 곡인데 빠른 패시지 들이 보이지만 반복이 되어 그리 어렵지 않고 기쁜 발걸음을 유도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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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후주로 칠만한 좋은 곡들이 많다.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처한 상황에 맞는 곡을 갑자기 정하는 것은 늘 어렵다. 하지만 내심 드는 생각은 성체특송 성가대곡이 아닌 이상 가사가 없는 오르간 곡을 굳이 절기에 맞춰, 성가 편곡으로 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조만간 후주 추천글을 더 올려 볼 계획이다.

* 위 링크를 통해 악보를 구매하실 경우 소정의 수수료를 받게 됨을 밝힙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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