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음악으로 쓸 수 있는 클래식 음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명상음악으로 쓸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이 있을까?
요즘 현대인들은 명상음악이나 배경음악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어쩌면 음악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실용성을 더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명상음악의 특징은 우선 느리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용한 명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너무 드라마틱한 전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부분은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의 형식과는 맞지 않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클래식 음악은 기승전결의 구조가 비교적 뚜렸한 편이고 특별히 클래식 음악의 꽃인 교향곡 같은 경우는 그 규모에 있어서 웅장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클래식은 시대와 작곡가와 나라별로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교함과 복합성의 측면은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최대한 단순한 미를 추구하는 명상음악과는 방향성이 많이 다르다.
하지만 나는 소위 명상음악이라고 인터넷 상에 떠도는 음악들을 보면 약간의 불쾌감을 느낄 때도 있다. 그 단순한 선율들의 반복과 어떤 때는 멜랑콜리한 가라앉은 듯한 분위기는 나의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그 음악속에 가두어놓고 강요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고의 노력끝에 얻은 선율도 아니고 그저 비슷한 느린 음표들의 집합과 짜집기 같다는 생각이 들면 차라리 음악을 끄고 침묵속에 명상을 하기를 택하였다.
음악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감정의 정화일 것이다. 나의 정신이 음악을 통해 새로움을 입고 나의 에너지가 바뀌는 것일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너무 단순한 음율로 이루어진 음악 이외에 클래식 장르 안에서 그 자체로도 완성미가 돋보이는 음악들을 명상음악으로 해보면 어떨까 한다.
우선 내가 추천하는 음악은 피아노 음악이다. 왜냐하면 합주보다는 독주악기가 더 조용한 배경으로 적합할 것이고 피아노는 그 자체로 멜로디와 반주를 함께 할 수 있는 완전한 악기이기 떄문이다. 성악같은 경우는 가사가 명상에 방해가 될 것이므로 기악음악이 더 명상음악에 적합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곡이 좋을까? 아마 너무 기쁨에 겨운 곡이나 슬픔이 가득한 곡은 방해가 될 것이다. 감정이 기복이 심한 낭만주의는 배제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절제미와 형식을 중요시한 고전음악은 어떤가? 아마 가능할 것 같다. 고전 소나타들 중 느린 2악장 정도면 조용한 배경음악으로 적합하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2악장이다. 내가 좋아하는 곡이기도 한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내게 주어진 어떤 인생이든 다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곡은 아침이나 밤 등 조용한 곳에서 들으면 마음을 진정시켜주기도 하지만 깨끗이 씻어주는 듯한 카타르시스도 경험할 수 있다. 어쩌면 너무 아름답기에 귀기울여 듣느라 명상을 못할지도 모른다. 중간에 잠시 감정의 격앙된 듯한 부분이 나오기도 하지만 다시금 절제하고 본래의 관조적인 절제된 선율로 돌아온다. 연주자에 따라 템포의 차이가 있는데 아무래도 조금 여유있는 독백과 같은 템포가 더 나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친 아래의 연주를 추천해 본다.
그밖에 추천할 만한 클래식 명상 곡으로는 언뜻 바로크음악에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인상주의 음악인 드뷔시의 곡들 중에서도 훌륭한 명상음악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곡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달빛’ 일 것이다. 음악에서의 인상주의라는 것이 미술의 사조에 영향을 받아 모네의 그림처럼 경계가 불분명하고 모호한 느낌을 준다. 낭만주의에서의 감정의 극적인 표현에 신물이 몇몇 음악가들이 시작하여 음악이 마치 그림을 그리듯 정적으로 그 아름다움을 표현해 나갔다. 역시 기승전결과 드라마가 있기에 일반적인 명상음악과 달리 중간부분은 조금 몰아치는 부분들이 거슬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참으로 산뜻하다. 명상음악이 감정을 도리어 다운시킬 수도 있다 생각하기에 이 곡은 너무 느리지 않고 약간은 크리스탈의 아름다움과 차가움을 연상시키는 손열음의 연주를 추천해 본다.
이 밖에도 명상음악으로 쓸만한 다른 음악들도 많이 있을 듯 하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볼륨조절을 하여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