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묵주기도 성월에 추천하는 오르간 후주
묵주기도 성월에 칠 수 있는 오르간 후주에는 어떤 곡이 있을까?
오랜만에 후주를 일반 성가가 아닌 오르간곡으로 치기 위해 준비했다. 우연히 지난주와 이번 주 퇴장송이 똑같은 관계로 후주까지 똑같은 곡을 계속 치기에는 약간 부담이 되었다. 나의 오르간 실력에 걸맞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일주일이라는 단기간 안에 할 수 있는 곡을 선정해야 했다. 더군다나 전례력에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더라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곡을 선정하는 것부터가 관건이었다.
목차
전례력에 맞는 오르간 후주곡의 선정
우선 전례력을 따져본다면 10월은 묵주기도의 성월임을 알 수 있다. 묵주기도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성모 마리아이다. 성모마리아를 묵주기도의 여왕이라고까지 한다. 왜냐하면 묵주기도가 왕이신 그리스도에 대한 묵상이고 그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의 기쁨과 슬픔이 묵주기도 안에 깊이 내재하여 있기 때문이다. 성모마리아에 대한 곡을 선곡해서 칠 수도 있지만 마리아와 연관된 곡도 종류별로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Magnificat과 Stabat Mater일 것이다. 전자는 예수를 태중에 밴 기쁨을 노래하는 성모이고 후자는 고난 당하시는 예수를 생각하는 슬픔과 비통의 성모를 노래한다. 굳이 묵주기도와 연관된 성모의 곡을 찾아본다면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영어권에서는 많이 불리는 곡 중에 O Queen of the Holy Rosary라는 곡이 있다.
Hymn tune의 의미와 활용
이 곡은 가사 그대로 묵주기도의 여왕이신 마리아에 관한 노래다. 여기에 쓰인 선율은 Ellacombe이라고 불리는데 이 선율은 위 가사 이외에도 다른 가사를 붙여서 다른 곡으로 쓰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좀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어권에서 이런 선율 차용은 흔한 일이다. 대표적인 예가 성당 청년부 미사에서 주기도문으로 종종 쓰이기도 하는 Eres Tu를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원곡은 스페인 6인조 그룹의 It’s you라는 노래이지만 선율만 따서 주기도문의 가사를 붙여서 부른다. 찬송가나 성가에 종종 이런 Hymn tune의 이름들이 나오는데 이것은 가사인 성경 본문과 대중들이 따라 부르기 쉽게 기존에 잘 알려진 곡들을 조합시키는 과정에서 선율의 이름을 따로 붙이게 되었다. 선율의 이름은 작곡가나 성가의 편집자에 의해 붙여지기도 하지만 지방 이름인 경우도 꽤 있다. Ellacombe 선율은 부활절이나 생동감 있는 곡에 많이 활용된다. 대표적인 곡이 “The Day of Resurrection” 일 것이다.
어떤 선율은 독점적으로 어떤 가사에만 쓰이기도 하지만 박자만 맞는다면 여러 텍스트에 쓰이기도 하기에 기악곡인 오르간곡을 절기에 맞춰 곡선정을 한다는 것이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회중들이 특정한 선율과 가사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으므로 그 선율이 쓰였던 곡과 교회 절기에 맞추어 선정하는 것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Ellacombe Hymn tune organ 후주 선정 및 연주 후기
위와 같은 이유에서 묵주기도 성월인 10월에 ellacombe이라는 hymn tune에 의한 오르간 후주곡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부활절에 많이 쓰이는 곡이다 보니 화려한 세팅인 경우가 많았다. 묵상이 아닌 후주이므로 묵주기도 성월이라도 좀 화려해도 괜찮다는 생각에 좀 짧은 곡으로 찾아보았다. 그중 Albert L. Travis라는 오르가니스트가 편곡한 곡이 눈에 띄었다. 곡들은 많지만 고르지 않고 우선 어떤 곡이던지 빨리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 나을 듯하였다. 집에 오르간이 없고 성당에서는 연습할 여건이 안 되는 관계로 이리저리 연습실을 전전긍긍하며 일주일 동안 겨우 3시간 정도 연습한 것 같다. 연습 부족으로 막판까지 칠까 말까를 고민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성가대 특송도 “모퉁이 돌”이라는 대곡을 쳐서 피아노 연습도 만만치 않았다. 아무튼 밀어붙이기식으로 결단하여 쳤지만 자신이 없어서 볼륨은 낮추고 템포는 느리게 했다. 아마 사람들에게 존재감 없이 지나가는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이러려면 왜 쳤는지 후회막심했다. 후주에 정신 팔다가 정작 퇴장송 전주 부분은 실수를 해버렸다. 괜히 오른손을 솔로로 하려 했는데 책장이 넘겨지는 바람에 고정하느라 급하게 들어갔고 음정 실수가 있었다. 역시 욕심이 많으면 괜히 실수만 한다. 준비가 안 되면 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아니면 치려면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 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열 번 잘한 것 보다 오르가니스트 한 음 실수한 것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오르간의 특성상 한 음이라도 틀리면 성당 내부의 모든 스피커에서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참으로 극한 직업이란 생각도 든다.
녹음은 했으나 나보다 훨씬 준비가 잘 된 오르가니스트의 연주를 감상하는 것이 나을 듯하여 아래 유튜브 링크를 참고로 첨부한다.
악보 찾아보기
위 악보는 Albert Travis가 유명한 Hymn tune 들을 편곡한 오르간 곡집 “Joyful, Joyful Six Festive Postludes for Organ”에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가톨릭 절기에 맞춘 후주들이 있는데 특별히 부활, 승천, 성령강림, 삼위일체에 쓰이는 선율들이다.
실제 악보를 배송시킬 수도 있지만 디지털 다운로드로도 가능하다.
Joyful, Joyful Six Festive Postludes for Organ by Albert L. Travis Organ Solo
* 위 링크를 통해 악보를 구입 시 제휴수수료를 받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