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ian

음악은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걸까?

음악영재에 관하여

한때 TV에서 영재발굴단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각 분야의 영재들을 찾아 어떻게 영재가 되었는지를 취재했다. 음악영재를 찾아다니는 바이올리니스트 헨리의 ‘같이헨리’ 유튜브 동영상들의 조회수는 몇십만회를 선회한다. 영재를 대상으로 하는 컨텐츠들은 꽤 인기가 있다. 사람들은 영재와 천재의 신화에 열광한다.음악을 한다고 하면 우리는 흔히 재능에 관해 이야기한다. 재능이 있어야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은 너도나도 자신의 재능에 대한 신화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재능이 있다고 믿은 내 부모님 덕분에 시작하게 되었다.

음악영재

대표적인 천재 음악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모짜르트일 것이다. 모짜르트 앞에는 ‘신동’ 이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다섯 살에 작곡을 시작하고 여섯 살 때부터는 연주여행을 다닐 정도였다고 하니 말이다.

천재 음악가의 신화

하지만 현대 뇌과학자들은 이런 천재성과 재능은 신화일 뿐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인지 과학자인 슈테판 쾰시(Stefan Koelsch)는 모짜르트를 천재로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음악적 재능을 더 지닌 것이 아닌 어렸을 때부터 훈련 받은 ‘탁월한 장인’ 일 뿐이라는 것이다.[1]

이런 연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1992년 영국의 존 슬로보다(John A. Sloboda)교수의 심리학과와 음악과 교수들로 이루어진 팀의 연구는 이를 잘 보여준다.[2] 영국은 음악 레슨을 받는 학생들을 8등급으로 나누고 매년 등급시험을 쳐서 레벨을 올리도록 권장한다. 이에 연구팀들은 이들을 재능이 있다고 생각되는 정도에 따라 다섯 집단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각 집단이 얼마만에 다음 등급 시험을 통과하는가를 측정했다. 결론은 재능이 있다고 생각된 그룹과 그렇지 않다고 생각된 그룹 모두 다음 레벨로 가는데 비슷한 연습량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즉 1등급에서 2등급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느 집단에 속하든 평균 200시간을 연습했다. 6등급에서 7등급으로 가는 데는 평균 800시간이 요구되었고 완전 초보자가 8등급이 되려면 총 3000시간 이상 연습해야 했다. 단지 그들은 그렇게 연습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같은 90년대에 독일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서베를린 음대의 바이올린과 학생들을 역시 뛰어난 정도에 따라 세 집단으로 나누고 그들의 활동을 분석했다. 뛰어난 집단과 평범한 집단을 가르는 척도는 연습량이었다. 뛰어난 학생들은 열여덟살까지 평균 7410시간을, 잘하는 학생들은 5301시간, 평범한 학생들 집단은 3420시간을 연습했다. 이것은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 라는 책에서 말한 1만 시간의 법칙에 부합되는 결과이기도 하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누구든지 어떤 분야에서건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말한다. 사실 이것은 음악에 관한 괄목할 만한 저서들을 많이 남긴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비틴이 주장한 내용이기도 하다. 이 법칙은 틀렸다는 반론도 있지만 적어도 음악분야에 있어서는 유의미한 이론인 것 같다.

연습불변의 법칙

하나 주목할 부분은 그들은 잘되는 부분들을 연습하기 보다 잘 안되는 까다로운 부분들을 의도적으로 연습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연습은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 그 지루함을 견디고 자기극복의 의지를 불태우게 해 주었다. 이런 열정은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동기부여가 되었다. 즉 좋은 선생님과의 만남이 재능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재능보다 얼마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느냐가 충분한 연습을 하게 하고 훌륭한 음악가가 되는 데에 더 필요한 것 같다.


[1]크리스토프 드뢰서, 음악본능, (서울: 해나무, 2015), 누구나 음악성은 있다,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3117849

[2] Sloboda, John A. The role of Practice in the development of performing musicians,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87, 287-309, Printed in Great Britain.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32562324_The_role_of_practice_in_the_development_of_performing_musici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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