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에게 연습이란?
음악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면 피할 수 없는 것이 연습의 삶이다. 연습해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강박관념으로 늘 따라다닌다.
음악가에게 연습의 삶이란?
적정한 연습 시간에 대해서는 악기마다 다른 의견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성악은 기악에 비해 연습을 많이 하기 힘들다. 몸이 악기이므로 컨디션의 영향을 많이 받고 무리한 연습은 성대 결절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대략 성악은 하루 4시간 이상 연습하기 힘들다고 한다. 관악기 또한 마찬가지로 호흡을 이용하므로 연습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현악기와 건반악기 주자들은 가장 연습량이 많다. 피아노는 오케스트라에 버금가는 악기이므로 10시간 이상 연습해도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먹고 자는 시간을 뺀 모두를 연습에 투자하는 것이다. 타악기는 한 사람이 여러 악기를 다룬다. 게다가 팀파니나 큰 북 등 부피가 큰 경우가 많아 이동의 제약으로 일정한 공간에서만 연습하게 된다.
위와 같이 음악 안에서도 어떤 전공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연습량은 달라진다. 그리고 이런 연습 스타일은 라이프 스타일까지 결정한다. 왜냐하면 무대 위에서의 연주는 오랜 연습 끝에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이고 음악가의 삶은 연습이 일상을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연습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명한 음악가들은 인터뷰에서 음악에 미쳐서 잠도 안 자고 연습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연습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음악이 좋다 하더라도 연습실에 갇혀 살기는 썩 유쾌한 것은 아니다. 사실 연주도 마찬가지이다. 무대에 서는 것이 좋을 때보다 싫을 때가 더 많다. 무대를 즐긴다는 사람조차도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극복하는 것일 뿐이다.
한때 나는 어떻게 하면 연습을 조금만 하고도 잘 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누군가 머릿속으로만 연습해서 첼로 독주회를 했다는 이야기에 솔깃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은 여전히 연습의 삶이었다. 사실 요즘 음악가들은 N잡러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음악 외의 다른 스케줄 또한 감당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습을 여유롭게 하기보다는 촉박한 시간에 쫓겨 하는 경우가 많다.
계획적인 연습의 필요성
연습을 미루다가 벼락치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사람들은 코앞에 임박해야 에너지와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마치 마감시간에 쫓겨서 생각지도 못한 창의력이 발휘되는 작가처럼 말이다. 어떤 피아니스트는 난이도가 꽤 있는 곡을 일주일 만에 벼락치기로 악보를 보기 시작하여 실기 시험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벼락치기 연습에는 위험이 따른다. 악기는 몸으로 하는 것이고 무리한 연습은 몸을 망가뜨린다. 신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나도 한때 무리한 연습으로 근육 손상이 와서 회복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어떤 사람은 평생 회복하지 못하고 다른 길로 돌아서게도 된다.
근육뿐만 아니라 청력의 손상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열정적인 피아노곡을 쉬지 않고 몇 시간 동안 연습하면 귀가 먹먹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이더라도 계속되는 큰 소리의 노출은 청력에 무리를 가져온다. 그래서 음악 연습에는 나름의 전략과 계획이 필요하다. 아무리 예술가의 기질에 즉흥성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연습에 있어 왕도는 없다.
혹 다른 음악가들이 연습을 안 했다고 하는 것을 다 믿지 말기 바란다. 음악가들은 자신의 연습량을 축소해서 말하는 경향이 있다. 다들 연습을 안 했다, 부족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그것은 늘 부족한 듯한 연습에 대한 자책과 불안의 표현일 수도 있다. 또는 연주가 형편없을 것에 대한 방패막이자 변명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연습을 안 해도 이 정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말일 수도 있다. 또는 다른 라이벌들에 대한 견제이기도 하다. 아니면 조그만 일도 크게 감지하는 예민함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연습에서 신화는 없다.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지만 연습을 충분히 해야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 연습은 정직하다.
연습이란 결국 나 자신을 이겨나가는 과정이다. 곡에 대한 열정이 사라져 연습은 계속되어야 한다. 마음은 슬프더라도 나의 감정을 뛰어넘어 즐거운 마음에 나 자신을 맞추고 훈련해 가는 과정이다. 같은 부분을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설사 무대에서의 연주가 절망적이었더라도 과정으로써의 연습의 삶에 의미를 찾아야 한다. 마치 구도자처럼 말이다.
연습의 삶이 음악가의 삶이다. 음악을 한다면 화려한 무대 뒤에 위와 같은 연습을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하고 성찰하며 더 나아지는 기쁨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