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Lesson

오르간과 피아노는 어떻게 다르게 쳐야 할까?

오르간은 피아노와 치는 방법이 다를까?

사람들은 피아노를 잘 치면 오르간도 당연히 잘 칠 것이라 생각한다. 피아노 전공자인 내가 쉬운 성가조차 오르간으로 칠 경우 연습을 해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말하면 단순한 곡인데 연습할 것이 무엇이냐 하며 의아해한다. 4성부의 코랄 곡을 피아노로 치는 것은 초견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오르간으로 친다면 사정이 좀 달라진다.

두 악기는 같은 건반악기이지만 엄연히 다른 악기이다. 결정적으로 오르간은 발 페달이 있고 손건반도 하나만 있지 않고 악기마다 개수가 다르다. 즉 모습도 다르고 치는 방식도 음악을 만드는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그러므로 아무리 피아노를 잘 친다 하더라도 오르간 테크닉을 익히고 훈련하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단순한 4성부 코랄도 제대로 칠 수 없다.

사실 피아노는 이미 보편화된 악기로써 웬만한 가정에서 구비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오르간은 파이프오르간이 아닌 전자오르간조차도 많은 사람이 평생 단 한 번도 못 쳐볼 정도로 피아노보다는 훨씬 보급이 덜 되었다. 더구나 디지털 피아노가 나온 이후에는 더 우리의 실생활과는 멀어져 있는 악기이다. 성당이나 교회 같은 종교단체에 가면 멀리서나마 구경할 수 있는 상황일 것이다.

그렇다면 오르간은 피아노와 비교해서 어떻게 다르게 연주해야 하는 걸까?

그동안 종교음악을 피아노와 복수전공을 하며 교회나 성당에서 피아노 및 오르간 주자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앞서 말했듯이 오르간은 발건반이 따로 있어서 발로도 연주를 해야 한다. 당연히 발건반은 손건반과는 비교해서 건반 자체가 크고 건반 사이의 거리감도 다르다. 피아노와 마찬가지로 어디에 어떤 음정이 있고 각각의 음정 간격은 어떻게 되는지 익히는 것이 급선무이다. 사람마다 익히는 속도가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보지 않고 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지려면 꽤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손으로 4성부 성가를 친다고 하면 왼손으로 테너와 베이스를 치는 것인데 오르간은 발 페달로 베이스를 치고 왼손으로 테너를 주로 친다. 가끔 알토도 넘나들며 함께 친다. 그러자면 각 성부를 다 따로따로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베이스 파트를 발 페달로 익히는 것과는 별개의 연습이 필요하고 오른손 왼손으로만 성가를 치는 훈련을 했었던 피아노 주자에게는 또 다른 신세계이고 넘어야 할 벽이다.

세 번째 어려운 점은 오르간은 손으로 모두 연결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피아노는 댐퍼 페달이란 것이 있어서 손을 떼더라도 음정은 울리고 있다. 하지만 오르간은 손을 떼는 순간 소리가 안 난다. 특별히 레가토를 해야 하거나 손이 옥타브 이상의 음정을 커버할 수 없을 때는 아까 말했듯이 왼손의 도움을 받아 나누어 치던지 정 안되면 생략 혹은 편곡해야 한다. 모든 음악이 손으로 연결해야 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오르간의 테크닉이다.

또 다른 큰 프로젝트는 바로 스탑의 세팅이다. 피아노는 전적으로 건반의 터치와 힘, 페달링으로 음악을 만드는 반면 오르간은 건반 이외의 곳곳에 붙어있는 온갖 스탑들을 활용해야 한다. 볼륨은 발 페달 위에 있는 Expression Pedal을 이용한다. 오르간 건반은 아무리 세게 눌러도 피아노처럼 더 큰 소리를 내거나 터치에 따라 다양한 음색을 내지 않는다. 피아노가 손과 몸의 힘의 압력으로 건반을 터치하고 나의 감정과 호흡을 실어 음악을 표현하는 반면 오르간은 관악기, 현악기 등 다양한 음색을 망라한 스탑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언제 적절하게 바꾸어 주어야 하는가가 큰 관건이다. 어쩌면 스탑의 세팅이 오르간을 음악적으로 훌륭히 연주하는 승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중간중간 이 스탑이나 메모리를 바꾸어 주는 연습도 해야 한다. 메모리 버튼을 누르다가 틀리는 경우도 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르간은 악보를 보고 연주회를 하거나 옆에 보조해 주는 사람이 연주 시 동석하여 필요할 때 버튼을 눌러주는 경우도 많다.

오르간마다 무게감이 다를 수도 있지만 건반의 무게는 일반적으로 피아노보다 쉽게 눌러진다. 피아노는 팔이나 손이 건반을 스쳐 지나가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르간은 나의 섬세하지 못한 동작으로 살짝 스쳐도 소리가 날 수 있다. 그래서 오르간을 칠 때는 연주 중이 아니더라도 악보를 내리거나 스탑을 누르거나 하는 동작 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잘못하다가 음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소리가 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치는 중에도 미스 터치가 잘 나므로 매우 터치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또 다른 이슈는 음향이다. 오르간은 파이프오르간도 파이프가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가에 따라 소리가 나고 전자오르간은 멀리 있는 스피커에서 소리가 난다. 피아노처럼 바로 내 앞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것은 전체 음향과 볼륨이 나의 통제 밖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기껏 볼륨과 레지스트레이션을 세팅했지만 정작 연주 시 날씨, 연주 공간에 차 있는 사람들 등에 따라 다시 재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전자오르간의 경우에는 스피커 설치 부분에 따라 나는 작게 들리는데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 크게 들린다거나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피아노와는 다르게 내 컨트롤 바깥에 있다.

마지막으로 음악을 만드는 방식이다. 앞서 말했듯이 스탑들의 활용으로 큰 음악적 색깔을 만들고 각각의 음들을 묶어서 치거나 강조하고 싶은 음을 길게 한다든지 하는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을 통해 음악의 디테일을 만든다. 피아노는 아티큘레이션 및 손의 터치, 페달링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비한다면 완전히 새로 익혀야 하는 방법이다.

이 밖에도 많은 부분이 있지만 우선 이 정도로 요약해 보겠다.

결론적으로 피아노와 오르간은 완전히 다른 악기이다. 비슷한 느낌이 있으나 피아노만 쳤던 사람이 오르간을 제대로 못 하고 피아노에 투자했던 시간과 노력을 오르간에도 쏟아부어야 하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오르간은 열심히 한다면 피아노보다는 비전공자가 전공자로 갈 수 있는 장벽이 좀 더 낮은 악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감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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