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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조율하는 방법은? 평균율과 순정율에 담긴 철학

삶을 조율하는 방법은?

가정집에서든 공연장에서든 피아노가 있다면 전자피아노가 아닌 이상 조율이 필요하다. 피아노를 오래 혹은 많이 치다 보면 현이 풀린다든지 피아노 안에 있는 부품의 문제가 생겨서 처음 조율해 놓은 음정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사실 피아노 연습은 손가락 훈련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귀도 훈련하는 것이므로 조율이 되어 있지 않은 악기로 연습한다면 제대로 음악을 익힌다고 할 수 없다.  

현악기나 관악기의 경우 연주자가 직접 튜닝을 할 수 있지만 피아노와 같은 건반악기들은 조율사를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조율사가 와서 하는 일이란 일부러 틀리게 조율하고 가는 일이다. 무슨 말인지 의아할 수 있겠지만 복잡한 이야기를 최대한 단순하게 설명해 보겠다.

우선 음악의 기본 음계인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최초로 이 음계를 발견했다고 알려진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이다.

그는 하프의 현의 길이를 달리하여 가장 잘 어울리는 음정을 찾아내었다. 예를 들어 현의 길이를 반으로 잘라 퉁기면 원래 음정보다 한 옥타브 위의 같은 소리를 내었다. 도를 예시로 든다면 1/2 길이의 현은 그 바로 위의 높은 도가 된다. 그리고 현의 길이를 2/3만 남기고 자른 후 퉁기면 잘 어울리는 소리가 났는데 이것은 5도 위의 음정이다. 도를 기준으로 본다면 솔이 된다. 새롭게 발견한 솔의 현을 다시 2/3 남기고 자르면 5도 위 음정인 레가 나온다. 하지만 처음 시작했던 도 바로 옆의 레가 아닌 한 옥타브 높은 레가 된다. 그래서 다시 현의 길이를 두배로 만들어서 옥타브 아래의 레로 만든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여 탄생한 것이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이다. 그리고 이런 피타고라스 음계 조율법에 기초한 것이 순정률이다.

 바이올린이나 클라리넷 같은 현악기나 관악기들은 순정률로 조율하지만 넓은 음역대를 다루는 건반악기인 피아노는 이 방식으로 조율하면 문제가 생긴다. 어느 순간 다른 높이에 있는 도가 도에서 벗어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곡이더라도 시작음을 다르게 하면 다른 음악이 된다. 예를 들어 반짝반짝 작은별을 ‘도도솔솔 라라솔’로 연주하지 않고 ‘레레라라 시시라’ 로 연주하면 도-솔의 진동수 비는 2:3 이지만 레-라의 진동수 비는 27: 40로 다르게 되어 불협화음이 된다. 그래서 순정률로 조율한 피아노는 다른 조로 자유롭게 조옮김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 바로 평균율 조율법이다. 이것은 한 옥타브 안의 음정을 12개로 나누는 것인데 각각의 음정 간격을 모두 동일한 비율로 나눈다. 이렇게 하면 한 옥타브들(도-도, 레-레, 미-미 등)만 진짜 협화 음정이 되고 나머지 음정들(도-솔, 도-파, 도-미-솔 등)은 모두 조금씩 틀리게 조율한 불협화음이 된다. 그렇게 거슬리지는 않지만 좋은 귀를 가지고 있고 음악에 대해 예민한 감수성이 있다면 평균율로 조율된 악기의 연주는 완전한 협화음정으로 조율된 순정율만큼 아름답게 안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평균율 조율법은 모든 조성의 곡을 다 칠 수 있게 해주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 예를 들어 집에서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가 다장조의 곡을 배우다가 샾(#)이 하나 붙은 사장조의 곡으로 진도를 나갔다면 순정률로 조율된 악기는 다시 사장조에 맞게 조율해야 칠 수 있지만 평균율로 조율했다면 샾이나 플랫(b)이 몇 개인 관계없이 악보에 있는 모든 곡을 다 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지금은 피아노를 평균율로 조율하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 즉 옥타브 음정을 제외하고 모든 음정을 조금씩 불협화적으로 조율하는 것이다.

이런 평균율 조율법을 우리 삶에도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즉 모든 일에 큰 틀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선 불완전함을 용납하는 것이다. 금도 순도100%라 하지 않고 99% 하는데 그 이유는 아무리 정제해도 조금의 불순물이 들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 한다. 완전한 이상은 영원히 다다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특별히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관대하게 조율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선행을 한다고 하면서 사실 이기적인 의도가 숨어 있음을 알더라도 눈감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의 진정성이 조금은 의심스럽더라도 결국 그의 행위가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해 줄 수 있다면 말이다.

또한 자신에 대해서도 혹 비판하고 있다면 너그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 정치인들 중에서 한평생 양심껏 살아왔지만 한순간 불온한 돈을 받았던 것에 가책을 느껴 자살한 경우를 보았는데 그런 자신에게 좀 더 관대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완전하고 순수한 이상만을 고집하는 것이 순정율처럼 도리어 더 큰 불협화를 야기시킬 지도 모른다.

반면 평균율로 조율된 악기는 대부분의 음정이 불협화음이지만 모든 음악이 그 안에서 자유롭게 연주된다. 이런 평균율처럼 삶에서도 많은 불완전하고 때묻은 것들을 포용하면 진정한 자유와 조화가 펼쳐진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너무 빗나가는 음들은 당연히 조율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아래는 도레미파솔라시도를 각각 평균율과 순정율로 연주한 것이다. 각각의 예시에서 첫번째는 평균율로, 두번째는 순정율로 조율된 것이다. 차이가 느껴지는지 한번 테스트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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