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오르간 후주로는 어떤 곡들이 좋을까?
보통 오르간 후주를 입당이나 파견곡을 다시 치거나 편곡해서 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성당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어떤 곳은 오르가니스트가 후주로 뭔가 특별한 곡을 치는 것을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성당에서도 부활이나 성탄 등 큰 절기에는 특별한 곡으로 후주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낀다.
언젠가 부활이나 성탄 때 쳐보겠다고 악보만 구해놓고 연습은 계속 미루어 두었던 곡들이 있다. 결국 교중미사 반주를 그만두면서 치지는 못했지만 다른 분들에게나마 공유하고자 소개해 본다.
Widor Toccata Symphony for Organ No. 5 는 최선의 선택일까?
부활이나 성탄 때 적합한 후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후보곡은 아마 Charles-Marie Widor Toccata (Symphony for Organ No. 5)일 것이다.
높은 음역에서의 현란한 기교와 밝은 화성의 도입부는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 발페달보다는 손의 기교가 더 필요하므로 피아노가 전공인 사람들이 크게 부담없이 도전해 볼 만 하다. 물론 발의 음역대는 매우 넓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 곡의 단점이 있다면 후주로 쓰기에는 좀 길다는 것이다. 제 속도로 연주한다해도 6분이 넘는다. 외국교회들은 이런 긴 후주 연주가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성당이나 교회에서 오르가니스트가 이렇게 길게 연주하면 뒷말을 들을 수도 있다. 물론 연습도 많이 해야 한다. 그러기에 편곡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곡이어서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헨델의 할렐루야 편곡
다음 후보곡으로는 유명한 성가곡을 오르간으로 편곡한 곡들이다. 대표적으로 헨델의 메시아 중 할렐루야나 베토벤 교향곡 9번의 환희의 송가일 것이다. 이런 곡들은 일반 신자들도 다 알고 있어서 치면 따라부르는 등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특별한 날에 특별한 곡이라는 느낌으로 더 다가오는 것 같다. 헨델의 할렐루야는 합창곡의 반주부분을 쳐도 그 자체로 훌륭한 후주가 된다. 나는 반주부분만 적절히 편곡하고 단순히 발페달을 붙여서 할렐루야를 후주로 써보았다. 급하게 준비했었지만 익숙한 곡이고 또 반복되는 화성패턴을 스탑과 매뉴얼을 바꾸어서 하니 그럴듯했다. 발페달도 붙여보니 크게 연습하지 않아도 되었다. 중요한 절기에 급하게 준비하여 쓰기에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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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송가 편곡
하지만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는 편곡들의 차이가 꽤 난다. 곡이 사실 단순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기에 대규모의 합창단이 부르기에 좋다. 그러나 오르간은 훌륭한 연주를 위해 어느정도의 기교가 필요하다. 4분음표로 일관된 선율을 화려하게 치려면 대대적인 편곡이 필요하다. 베토벤 환희의 송가의 원하던 편곡을 찾던 중에 마음에 드는 곡을 찾았었다. Mark Thallender 라는 오르가니스트가 편곡한 곡이었다.
너무 단순하거나 유치하지 않으며 화려하고 뒷부분의 화성도 좋았다. 특별한 절기에 칠만한 환희의 송가 오르간 편곡으로 훌륭해 보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분은 왼팔이 없는 오르가니스트였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오르간 주자로 활동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왼팔을 잃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신앙의 힘으로 이겨내어 이 곡을 작곡했다. 사람들은 그가 한 팔로 환희의 송가의 주제인 ‘ Joyful, joyful’ 기뻐하라는 곡을 연주할 때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당면한 고통을 이겨내고자 하는 불굴의 투지가 곡과 연주에 담겨있었던 것 같다. 베토벤의 많은 곡들에서 드러나는 극복의 의지와도 닮은 것 같다. 그는 자신을 위해서는 한 손을 위해 편곡했지만 작곡하여 출판한 악보는 두 팔을 위한 오르가니스트를 위한 것이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연주는 우연찮게도 한국인 오르가니스트의 연주였다.
이분의 연주가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안틀리고 치기가 어려운 곡인 것 같다. 이 곡은 테크닉이 꽤 까다롭다. 발과 손이 동시에 같은 박에 치지 않고 사이사이로 가기에 감으로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손의 빠른 부분들은 틀릴 여지가 꽤 많다. 그러므로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하지만 잘만 친다면 그 어떤 편곡보다도 훌륭할 것으로 생각된다.
악보는 Mark Thallender 웹사이트나 Hal Leonard 출판사, 혹은 Amazon 에서도 판매하지만 나는 Sheetmusic Plus 라는 곳이 가장 저렴하여 이곳에서 구매했다.
직배송으로도 구매할 수 있지만 내가 해외배송을 주문할 때 하는 방법은 해외 배송대행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좀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다. 디지털 다운로드 악보가 나온다면 미국 외 다른 나라 오르가니스트들에게도 연주할 기회가 많아질 것 같다. 나는 어렵게 구한 악보이니 더 연습해서 언젠가 녹음영상을 올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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