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우울할 때는 Faure의 piano곡을
마음이 우울할 때 추천하는 음악
마음이 우울할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저마다 자신만의 벗어나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토로하거나 산책을 하기도 하고 영화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한 채 우울의 늪에 빠져 있을 수도 있다.
나는 마음이 울적할 때 피아노를 친다. 음악을 들을 수도 있지만 엉망으로라도 피아노를 치면 꽉 막힌 마음이 좀 풀린다.
이럴때 떠오르는 음악 중 하나는 G. Faure의 Romances sans paroles, op.17 의 No.3 이다.
단순하고 짧은 곡이지만 아름다운 평화로움이 있다. 평범한 일상과 거기에서 오는 기쁨에 젖어있는 곡이라고나 할까.
피아노를 어려서부터 전공하면서도 나는 사실 이런 소박한 곡을 칠 여유가 별로 없었다.
전공자로써 피아니스트적인 기량을 보여주어야 했기에 좀 더 드라마틱한 작품들을 쳐야될 때가 많았다. 가볍게 즐기기 위한 곡은 아마추어도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난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곡들을 쳐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곡들로 무대라는 정점을 향해가는 연습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평온한 나 자신을 뒤흔들어 감정을 극과 극으로 끌어내야 했고 고도의 테크닉을 구사하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해야하는 과정이었다.
사실 무대위에서의 연주는 훌륭했을 때는 더할 수 없는 뿌듯함이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한순간의 실수에도 마음이 속절 없이 무너진다.
관중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느끼고 그들의 평가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것이 앞으로도 나의 삶이 될 것이라는 것이 싫었다.
음악을 한다는 일이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일이 되어갔고 피로감이 쌓여갔다. 이런 것이 음악가의 삶이라면 이 길을 그만 멈추고 싶었다.
이 와중에 돌아보게 된 위와 같은 작은 곡들은 나에게 작은 기쁨을 주었다. 정적이고 잔잔하며 큰 드라마가 있지 않더라도 충분한 여운이 느껴진다. 드라마틱하지 않더라도 작은 동요와 움직임들은 늘 반복되는 일상을 더 진실하게 표현한 듯 하다.
Gabriel Faure 곡들은 입시나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대가적인 테크닉을 구사하지는 않기에 전공생들의 레파토리에 크게 오르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옆에 두고 친근하게 지내기에 좋은 편안한 친구 혹은 연인같은 안락함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가끔은 나 자신을 위해 음악을 연주 하고 싶다. 정작 나는 음악을 누리고 즐기지도 못하면서 무대 위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한 연주만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나의 연주가 다른 사람 이전에 먼저 나를 위로하고 힘을 주길 소망한다.
Faure의 음악이 처져있는 내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숨을 불어 넣어주는 것처럼 말이다.